세계의 수도라는 뉴욕. 그 도시의 하늘 관문인 존 F. 케네디 공항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가지 각색 인종들이 비행기에서 쏟아지듯 내려 바삐 자신의 행선지를 찾아갔다. 유비쿼터스 취재단도 그 틈에 삼엄한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렌트카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빌렸다. 세계적인 IT아웃소싱기업 IBM 본사와 연구소가 있는 뉴욕주 북부지역 소머스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다.
미국은 도로 표지판이 정확하다는 말만 믿은 채 지도 한 장만 들고 목적지로 향했다.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CNS: Car Navigation System)이 장착된 차량을 원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 결국 모 인터넷 포털에서 찾은 약도만 갖고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대도시 고속도로는 그런대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치 미국에서 몇년 살아본 사람 마냥 자신있게 북쪽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그러나 얼마쯤 가지 않아 지방도로를 타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표지판이 문제였던지 아니면 약도 정보가 틀린 것인지 모르겠으나 분명히 IBM으로 가는 길이 아닌게 확실했다.
길을 물으려 본사 직원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차를 돌려 처음의 지방도로 갔고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간신히 예정시간보다 2시간 가량 늦게 소머스에 다다랐다. 만약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있고 휴대폰만 제대로 터졌더라면 이 같은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듣던 대로 통신 네트워크가 부실하다는 생각을 한 채 소머스 IBM 인더스트리 솔루션 연구소에 도착했다.
취재단이 방문한 IBM 인더스트리 솔루션 연구소는 본사와 별도로 솔루션 분야 연구 조직과 데모센터가 입주한 건물이다.
IBM 인더스트리 솔루션 연구소를 첫번째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IBM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의 실체를 보기 위해서다. IBM은 지난 5년간 주창해 온 차세대 IT트렌드 퍼베이시브 컴퓨팅을 구체화한 솔루션들을 처음으로 취재단에 공개했다.
퍼베이시브 컴퓨팅. 문자 그대로 본다면 ‘어디에든 컴퓨터가 들어 있다’는 정도로 풀이된다. IBM 퍼베이시브 컴퓨팅부분 최고책임자인 R.C. 애드킨스 사장은 “퍼베이시브 컴퓨팅과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동일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IBM이 추구하는 퍼베이시브 컴퓨팅 세상은 모든 사물에 소형 컴퓨터를 심어놓고 그 컴퓨터가 사람들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훌륭한 비서 역할을 해내게 한다는 것이다. IBM은 이 같은 개념을 TV 광고로 제작하기도 했다.
한 가정에 냉장고 AS사원이 방문한다. AS신고를 한 적이 없는 가정주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집에 있는 냉장고는 고장나지 않은 채 멀쩡하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기능이 저하되면 스스로 이를 감지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본사에 알려 고장 전에 수리를 하게 된다는 것이 광고의 핵심이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어떤 남자가 대형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듯이 옷 속에 집어넣고 계산도 안하고 문으로 나가버린다. 그러자 상점 직원이 그를 붙든다. 그러더니 영수증을 잊었다며 건네 준다는 내용이다. 모든 상품에는 칩이 담겨있어 그냥 계산대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결제된다는 것이다.
언제쯤 실생활에서 구현될지 기대와 궁금증을 안고 퍼베이시브컴퓨팅의 실생활 구현 모델을 체험하는 시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연장에는 자동차 모형, 사무실 모형 등과 스마트폰, PDA 등 각종 무선기기들이 방안 가득 전시돼 있었다.
찾아가는 길에 고생을 한 때문인지 무엇보다도 자동차 텔레매틱스서비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연자는 운전석 모형의 공간에 서서 “플로리다로 가는 길을 찾아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운전석 앞유리 쪽에 가상화면이 겹쳐졌고 현 위치와 가고자 하는 곳의 지도가 화면에 그려졌다. 자동차에 내장된 음성인식 기능으로 컴퓨터 음성 설명이 함께 흘러나왔다.
운전자가 “심심한데 음악을 들을까”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자동차가 해당 지역 방송을 스스로 찾아내 음악을 들려줬다. 인근 음식점 정보와 가격, 날씨도 알려준다. 이동 중에도 끊임없이 가는 곳의 교통정보를 반영해 가면서 업데이트된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운전자는 마음 편히 운전하면서 음성으로 e메일을 확인하고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블루 룸’(Blue Room)으로 불리는 사무실은 아주 평범하게 보였지만 시연자가 움직이자 이내 최첨단 지능형 사무 공간으로 변신했다. 시연자가 책상에 앉자 외부 조명은 어두워졌고 책상 스탠드조명이 자연스럽게 밝아졌다. 사무실 벽 모니터에는 현재 접속한 직원과 이중 대화가 가능한 직원, 오늘 일정, 각종 문서들이 있었다. 사무실 컴퓨터는 스스로 알아서 일정을 말해줬다. 일을 하려고 가상 모니터를 작동시켰다. 책상 전체가 모니터로 변했다. 천장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에서 책상에 화면을 투영한 것이다. 손가락 그림자를 이용, 접촉형(터치패드) 모니터를 이용하는 것처첨 손을 움직이자 화면에는 여러 자료가 떴다.
일을 마치고 손을 휘졌다. 모니터가 없어졌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조명은 편안한 색으로 바뀌고 감미로운 고전음악이 흘러나왔다.
80여년간 세계 IT산업을 이끌어온 IBM은 이제 퍼베이시브컴퓨팅이나 유비쿼터스컴퓨팅 환경에 대비해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다른 종류의 네트워크를 다시 하나로 통합하는 솔루션과 각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크레이그 B. 헤이번 IBM 퍼베이시브 컴퓨팅 부분 부사장은 “앞으로 통신회사, 가전 제조업체 등과 함께 협조관계를 유지하며 퍼베이시브 컴퓨팅 환경을 하나하나 준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동안 퍼베이시브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또 2년간은 파트너십을 맺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형성을 지켜보면서 향후 공급이 추동할 수 있는 모멘텀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향후 유·무선 모두에서 유비쿼터스 환경 구현이 가능한 통신망이 형성되면 그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시장을 자신들의 뜻대로 가져가겠다는 계산이다.
시골 도로에서 느꼈던 현재 통신망의 부실한 상황이 미국을 웅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각자 분야에서 미래 환경에 차근차근 대비하고 시장이 마침내 도래했을 때 일시에 쏟아놓을 수 있는 전력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다. 세계 1위 초고속인터넷 환경을 강조하면서도 아직 진정한 e비즈니스를 창출하지 못한 한국이 배워야 할 바로 그 모습이다.
<특별취재팀>
◇퍼베이시브 컴퓨팅이란
IBM은 퍼베이시브 컴퓨팅을 현재 네트워크 환경으로 실현하고 있는 e비즈니스 환경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킨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한국IBM 김광원부장은 “퍼베이시브 e비즈니스는 PC를 사용해 웹상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소비자용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 단계에서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새로운 장치들이 등장, e비즈니스가 이행하는 발전과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휴대폰, PDA, 셋톱박스, 냉장고 등 많은 지능형 장치들이 인터넷에 완벽하게 연결돼 기업들이 언제, 어디서나 고객, 협력사, 제품, 직원들과 연결되는 세상을 말한다. 여기서는 유선과 무선을 구분할 필요가 없으며 지역도 초월한다.
퍼베이시브 컴퓨팅을 이용한 비즈니스는 무선결제 시스템에서부터 광대역 고속 온라인 게임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 서비스를 등장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 할 수 있다는 게 IBM의 설명이다.
크레이그 B.헤이먼 IBM 부사장은 “우리는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게 하는 토대, 즉 e비즈니스가 ‘만연하게(pervasive)’ 될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퍼베이시브 컴퓨팅 환경을 통해 비즈니스 아웃소싱 환경은 주문형(on-demand)으로 해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비용 절감을 하는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 로드 C. 에드킨스 IBM 퍼베이시브컴퓨팅 담당 사장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과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개념은 거의 같습니다.
로드 C. 애드킨스 IBM 퍼베이스브컴퓨팅 담당 사장은 IBM이 차세대 IT 트렌드로 설정한 퍼베이시브 컴퓨팅이 바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가리킨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몇 년 동안 전세계에서 20여 개의 유비쿼터스 관련 연구팀을 운영해 왔습니다. 일본에는 음성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도 얼마전부터 기술진과 영업팀으로 구성된 유비쿼터스 팀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IBM이 생각하는 퍼베이시브컴퓨팅 비즈니스 모델은 과연 무엇일까. 애드킨스 사장은 임베디드솔루션, 무선, 크로스오버의 세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자동차, 핸드헬드 디바이스 등 각종 기기 안에 통합된 솔루션입니다. IBM은 텔레매틱스, 음성인식 솔루션 등 디바이스 매니지먼트 솔루션을 개발해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공급하고 공동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무선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해 주는 미들웨어 사업입니다. 우리는 로터스, 티볼리, DB2, 웹스피어 등 이미 개발한 미들웨어를 이제는 무선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BM은 기술, HW, SW, 서비스 등 IBM이 추진해 온 독립된 사업 영역들이 서로 교차, 융합(convergence)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 내는 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