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팟 `사면초가`

“아이팟 시대의 종말은 시작하는가”

MP3 제조업체는 물론 휴대폰 제조업체들까지 최근 애플의 아이팟을 향해 파상적인 공격을 펼치면서 이같은 의문이 일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 아이팟의 입지가 막강해 공략이 쉽지 않다고 보면서도 독보적인 지위 자체는 흔들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 애플 공동 전선 형성=당장 한국과 일본의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의 공세가 활발하다. 신무기는 저장용량을 키운 하드디스크 타입이다. 소니는 이달초 하드디스크를 내장해 1만3000곡까지 저장하며, 배터리 성능도 강화한 MP3플레이어 ‘네트워크워크맨NW-HD5’를 발표하고 오는 21일에 일본시장, 다음달 초엔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출시할 계획이다. 소니는 이 제품의 성능이 ‘아이팟’에 비해 월등하다며 ‘타도 애플’을 선언했다. 레인콤 등 한국 업체들도 최근 하드디스크형 제품을 잇따라 개발해 소니의 행진에 가세했다.

애플에게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더욱 위협적이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은 최근 MP3기능을 강화한 뮤직폰을 앞세워 애플의 아성에 도전했다.

소니에릭슨은 이른바 ‘워크맨폰’이라는 이름의 뮤직폰을 하반기중 아시아와 유럽에 출시하고 이후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모토로라도 지난달 ‘아이팟’과 마찬가지로 PC로 음악을 내려받는 뮤직폰 3종을 개발하고 출시 시점을 저울질중이다.

삼성전자는 아예 1기가급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뮤직폰을 개발했으며, 한국과 다른 나라 휴대폰업체들도 뒤따를 태세다.

뮤직폰은 MP3플레이어에 비해 기능은 떨어지지만 소비자의 휴대 욕구가 MP3플레이어를 압도해 시장 전망이 밝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주피터리서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소비자의 76%는 휴대폰을 늘 갖고 다니며, 7% 정도가 MP3플레이어 등을 지닌다고 12일 보도했다.

또 MP3플레이어는 지난해 미국에서 700만대 정도 판매됐지만 휴대폰은 8000만대가 팔렸다. 휴대폰이 모바일디지털음악 시장을 가로챌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더욱이 뮤직폰의 용량과 음질도 한층 개선됐다.

◇통신사업자와 음악산업계가 ‘캐스팅 보트’=애플의 사업 모델은 아이팟 판매와 음악서비스다.

아이팟 판매는 MP3플레이어 경쟁사들의 신제품 성능 강화로 다소 위축될 수 있다. 음악서비스는 ‘아이튠’의 높은 지명도로 아직 독보적이나 휴대폰을 통한 모바일음악서비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양키그룹은 휴대폰 모바일음악시장이 2008년까지 3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맞서 애플은 모토로라와 함께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아이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휴대폰(아이튠폰)을 개발중이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이 호의적이지 않다. 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 매출을 올려줄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지 않는 ‘아이튠폰’이 달갑지 않다. 사업자들와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망 고도화와 휴대폰 기술 향상을 계기로 아예 직접 음악사업에 뛰어들 태세다. 최근 노키아가 시애틀의 디지털음악업체인 라우드아이와 제휴를 추진중인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주피터연구소 관계자는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에 “카메라폰이 디지털카메라를 밀어내지 못했듯이 뮤직폰이 MP3플레이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사면초가인 애플로선 그나마 유일하게 위안의 메시지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