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1 : 번호표 어디서 받습니까?
구청 직원 : 8시까지 나오셔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2 : 8시에 나와도 안 됩니다. 7시 전에 나와서 기다려야 하더군요.
시민1 : 그럼, 새벽에 일어나야만 여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까?
기자는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께 영등포구청을 방문했다가 ‘번호표를 오전 8시부터 선착순으로 하루 처리량인 400번까지만 교부한다’는 안내를 받고 이튿날 오전 8시 30분께 다시 구청을 찾았지만 이미 번호표 교부는 끝난 상태였다. 민원인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는 게 구청 측 설명이다. 기자는 물론이고 구청 업무개시 시간인 9시 이전에 나와서 여권업무를 처리하려던 시민들은 허탈감만 안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원인을 찾으려면 100여일 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외교통상부가 여권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국제규격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 9월 30일에 도입한 첨단여권의 신청 처리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여권 발급 현장의 불편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결과적으로 새 여권을 만들기로 한 것은 위·변조를 막고 출입국의 편의를 위한 조치였지만 민원인들은 발급현장에서부터 불편함이라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친 셈이다.
새 여권을 발급받기 위한 여권신청서 스캐닝과 전산입력, 신원조회 등에만 종전방식에 비해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컴퓨터의 잦은 문자인식 오류로 여권발급 업무는 더욱 지체된다. 종전 방식으로는 접수 후 여권수령까지 2∼3일 걸렸지만 새 방식으로는 7∼10일 기다려야 여권이 나온다고 한다.
위·변조를 막기 위해 준비하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교부받아 순번을 기다려 접수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리라 여겨진다.
하루에 일정 분량을 따로 떼어내 병원 진료 예약처럼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날에 번호표만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
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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