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간 통합을 둘러싼 움직임이 감지됐다.
2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KAIST 양지원 대외 부총장이 최근 유영환 정보통신부 차관을 만나 KAIST와 ICU 간의 통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관련 KAIST측은 이달 초 공대학장, 교무처장, 전산학과장, 전기 및 전자공학과장 등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나름대로의 통합 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ICU측은 정부로부터 통합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통보받은 것이 전혀 없다며 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교의 통합 논의는 2년전에도 한차례 제기된 적이 있었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KAIST, 점진적 통합 희망= KAIST의 움직임은 정통부 고위 관계자와의 논의를 거쳐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ST는 내년 신학기부터 학부를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타당성 검토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KAIST 관계자는 “정부가 사립학교법에 근거해 설립된 ICU를 계속 지원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통합 문제가 불거진 배경을 설명했다.
KAIST는 가급적 연내 통합 방안을 확정하고 가능하면 내년 신학기부터 학부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ICU측의 반발이 심한 점을 고려해 학교 명칭을 우선 통합하되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 통합을 유도한다는 방침도 세워 놓았다.
◇ICU, 통합론 부인=ICU측의 입장은 KAIST와 크게 다르다. 아직 정부로부터 통합에 관한 공식 입장을 통보 받지 못했고 KAIST가 너무 앞서 가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허운나 총장은 “KAIST와의 통합설은 실제와 거리가 멀다”며 “통합설은 정부가 ICU 활성화를 위해 검토하고 있는 특별법 제정, 완전사립화 등 3가지 옵션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ICU측은 통합 보다는 완전 사립화하는 방안을 더욱 원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도록 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KAIST측과의 통합설을 일축했다.
◇향후 전망=과학기술계는 양 대학간 통합이 과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에 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기초기반기술 연구능력이 탁월한 KAIST와 응용 기술력이 강점인 ICU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 탄생,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ICU측과 통합 반대론자들은 오히려 KAIST의 전기전자 관련 학과를 상대적으로 IT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ICU측에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정통부 관계자는 “두 기관의 통합에 대한 얘기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된 바 있으나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