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전A 식별번호와 망내할인이라는 메가톤급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국내 이통업계가 일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수년간 3사 정립구조가 정착되던 시장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대적인 질서개편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정부는 2세대(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을 개량해 3G 영상통화와 고속 데이터 통신을 구현하는 ‘리비전A’ 서비스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한다. 또 동일한 이동통신사업자에 소속된 가입자 간 통화는 할인요금(망내할인)을 적용할 방침이다.
리비전A의 당사자인 LG텔레콤은 당장 반발했고 망내할인제가 도입되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KTF와 LG텔레콤은 초긴장 상태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애초 ‘010 번호통합정책’은 후발 (이동통신)사업자를 위한 것으로 이들이 (시장에) 자리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장기 사업자 발전과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010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이달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을 개정해 리비전A를 010 번호통합 대상으로 포함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01y ’ 번호로도 당분간 리비전A 서비스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해 큰 불편 없이 번호전환(010 통합)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의 340만여 기존 ‘01y’ 가입자도 리비전A 서비스나 번호이동을 거쳐 순차적으로 이동통신(식별)번호를 010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환 장관은 이동통신 요금인하 문제와 관련, “과거에는 후발 사업자 보호 측면에서 ‘망 내 통화 할인’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지 못했으나 이제 사업자 간 균형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며 “단말기 보조금 규제, 범용 가입자식별체계(USIM) 잠금 등 요금에 관한 기존 규제를 모두 털어내 시장 자율적으로 요금인하를 촉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또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통합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며 이 밖에도 “와이브로 서비스가 아직 정착하지 못해 따로 식별번호를 부여해 활성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의 리비전A 식별번호 부여방침을 놓고 KT 및 KTF 측은“010 번호통합을 통한 소비자 편익이 증진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정통부의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 개정 전에 ‘019’를 비롯한 기존 식별번호(01X)로 리비전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을 이용약관 신고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주목된다.
이은용·조인혜 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