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우리나라에서도 SW산업 육성이 가능할까?

[ET단상] 우리나라에서도 SW산업 육성이 가능할까?

우리나라 정부는 오래전부터 소프트웨어(SW)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유럽의 교육 및 연구 체계를 분석한 결과 애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SW산업 육성을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나는 독일의 SW 관련 대표적인 연구기관과 대학교를 방문, SW와 관련해 현재 연구하고 가르치는 내용·체계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가 파악한 바로 독일의 대학교, 학·석사 과정 모두에서 요구하는 SW 전문지식과 관련된 학습 분량과 강도는 한국보다 훨씬 높다. 대학은 교양과목 수강 없이 전공과목만 3년에 180크레디트포인트(CP)를 요구하며, 석사는 2년에 120CP를 요구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당 1시간 수업에 1학점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환산해 독일 학사과정에서 요구되는 전공 수업 시간을 보면 강의(71시간), 실습(37시간), 프로젝트(4시간짜리 2개로 8시간), 세미나(2시간짜리 1개), 학사논문(12CP) 등으로 분류돼 있으며, 180CP의 약 3분의 2인 120학점 정도(118학점+졸업논문)가 된다.

 독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기 위해서는 모두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학사에서는 3개월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졸업논문(12CP)을 작성해야 하며, 석사에서는 6개월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졸업논문(30CP)을 작성해야 한다. 독일의 석사과정에서 요구하는 120CP는 석사논문 30CP를 제외하고 나머지 90CP는 수업에 해당한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앞에서 환산한 방식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90CP의 3분의 2 정도인 60학점이 된다.

 독일 대학은 대다수의 선진국 대학과 마찬가지로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렵다. 학사 졸업시험에서는 일반적으로 50% 이상이 탈락한다. 그런데도 대다수(95% 이상)의 학생들은 동일한 전공의 학·석사를 마친 후에 사회에 진출한다. 석사과정 입학은 학사를 받은 분야와 동일한 경우만 허용된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습의 분량이 많고 강도가 높은 것 이외에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모두 실무와 밀접하게 연계돼 연구되고 있다. EU가 제공하는 연구자금도 실제로 현업에서 활용되는 SW 개발에 중점을 두고 제공된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발한 SW가 실제 창업까지 연계되는 사례가 오히려 일반적이다.

 SW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장에 나오는 인력이 국제적인 수준에서 공부하는 분량과 강도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는 유럽 인력과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에서 시장에 나오는 인력은 SW 관련 전문 지식을 갖췄다. 정부의 SW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환경도 호의적이며, SW 개발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시장에 나오는 인력의 SW 관련 전문지식은 유럽 인력들에 비해 빈약하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전문지식의 분량이나 강도도 유럽 대학보다는 낮다. 대학교에서의 수업은 실무와 유리돼 있으며, 학생 대다수가 대학만 졸업하고 시장에 나온다. 여기에 우리나라 정부의 SW 연구개발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SW 분야의 임금수준은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SW 산업이 육성될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김은 프라운호퍼 FOKUS 한국대표·KAIST 겸직교수 eunki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