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운기자의 백투더퓨처] <15> 1832년 6월 14일

[이수운기자의 백투더퓨처] <15> 1832년 6월 14일

 자동차는 우리의 삶에 가장 밀접한 도구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음성인식, 보행자 보호, 3D 입체영상 기술 등 최첨단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자동차. 세계 최초의 자동차인 벤츠 1호와 다임러 1호가 나온 후 지금까지 120여년의 역사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연기관’이다.

 내연기관은 말 그대로 연소실 안에서 연료나 공기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기관으로 자동차 엔진이 대표적인 예다. 내연기관은 증기기관 같은 외연기관보다 연료 효율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비행기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내연기관의 발명은 다양한 이동수단, 산업기계의 발명에 영향을 미쳐 인류 문명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초석이 됐기 때문에 인류의 100대 과학사건으로 꼽힌다.

 1832년 6월 14일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니콜라스 아우구스트 오토는 내연기관의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이 혁신을 이끈 인물이다. 여행지에서 설탕·커피 등을 팔던 니콜라스 오토가 우연히 과학기술과 내연기관에 관심을 갖고, 4행정 원리를 이용한 ‘오토기관’을 만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그가 특허를 낸 오토기관은 10년간 3만대 이상이 팔릴 만큼 인기를 누렸고, 그의 회사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고틀리프 다임러는 회사를 나온 후 가솔린 자동차를 만든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벤츠의 시발점이다.

 내연기관 개발을 위한 노력은 17세기부터 지속됐고, 4행정 원리 역시 그보다 앞서 프랑스인 알퐁스 보 드 로샤가 고안했지만 영광이 모두 오토에게 돌아간 셈이다.

 1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천만대의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 내연기관이 요즘 퇴출 위기에 처했다. 석유를 원료로 사용해 매연 배출과 자원고갈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자동차처럼 CO2를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정성, 효율성 때문에 실험적인 수준이던 전기차의 상용화 시도는 오토의 발명품을 금방이라도 역사 속 유물로 만들어 버릴 것 같다.

 하이브리드카와 같이 내연기관과 새로운 에너지원을 동시에 쓰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 그리 쉽게 박물관 속 전시품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내연기관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미 존재했던 기술의 상용화만으로 독일 시골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한 남자를 역사 속 인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니콜라스 오토는 마이클 H 하트의 저서 ‘세계사를 바꾼 100명의 인물’에서 콜럼버스, 코페르니쿠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기술이 인간의 삶에 들어올 때 진가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