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업계 오염시키는 일본어

장동준

 광복 60년을 맞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일상생활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일본어를 제대로 된 한글로 바꾸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국가보훈처는 미니홈피를 통해 일본어의 잔재를 뿌리 뽑으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은 ‘일본어투 청산용어 자료집’을 제작, 우리말의 왜색문화 오염을 씻으려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와 국립국어원의 조사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일본어를 자주 사용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무대포(막무가내)’나 ‘땡깡(생떼)’ ‘만땅(가득 채움)’ 등이 일본어라는 사실은 많은 국민이 알고 있지만 ‘기라성 같은(내로라하는)’ ‘중매인(거간)’ ‘고참(선임자)’ 등 언론에서조차 그대로 사용하는 말도 일본어의 흔적이다.

 일상생활 속의 일본어는 그나마 많은 이의 노력으로 점점 없어지고 있지만 아직 IT업계는 왜색 언어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품 업계에서 자주 쓰는 ‘∼향’이라는 표현이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부품은 ‘삼성전자 향’이라고 쓴다. 이는 일본어의 ‘∼向き’에서 온 말이다. 한글화된 일본어도 아닌 완전한 일본어다. 우리나라 부품 업계가 일본의 영향을 받으면서 시나브로 스며들었다.

 일본식 영어인 인프라나 네임 밸류, 코스트 다운, 리스트 업, 클레임 등도 IT업계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휴대폰 역시 일본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말이다.

 일각에서는 발음하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말이 널리 쓰이는 ‘언어의 시장성’ 원리를 들어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언어는 가꾸고 다듬지 않으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특히 언어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감안할 때 일본어의 잔재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다.

 더욱이 우리나라 경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본어 잔재에 둔감한 IT업계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